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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분석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리뷰

by 노나우 202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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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펜이 하나 있습니다. 저에게 이 펜을 팔아보세요.’

 

흙수저였던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식 브로커 일을 통해 금수저가 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이다. 주인공은 높은 커미션에 페니 스탁(잡주식)을 중개하여 점점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알투자(직접투자)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문투자기관에 의한 간접투자를 해도 높은 수익률을 얻었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내 손으로 직접 투자해보자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늑대와 같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브로커들의 집요한 성질을 비춘다. 고객의 수익 창출 여부는 후순위이다. 브로커들이 신사적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가만히 있는 고객에게 펜을 팔 수 있어야 할뿐이다.

 

펜을 파는 것에 실패하는 답변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게 실패하는 답변은 이 펜으로 말할 것 같으면 ~~”으로 시작한다. 이 펜은 내구성이 좋다거나, 이 펜은 디자인이 세련되다거나 하는 식이다. 반대로 센스있는 답변도 눈에 들어왔다. “옆에 휴지에 이름을 좀 적어주시겠어요?”라고 질문한 뒤, 제 펜을 팔 수 있습니다.“라는 접근이 참신해 보였다.

 

뜨끔했다. 나를 팔아야 했던 순간들에서, 꽤 실패했던 경험이 많았다. 갓 대학을 졸업하던 무렵에는 원하는 곳이면 합격할 수 있었는데, 중고신입으로 길을 찾던 때에는 생각보다 더 인기가 없었다. 세일즈의 관점에서, 상대방이 나의 펜을 사야만하는 이유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 세일즈 기술에는 충분히 흙수저를 금수저로 만들만한 밸류가 있다.

 

여튼, 브로커들이 늑대와 같은 집요함을 가져야 함과 함께 그들은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는다. 갖가지 종류의 마약을 흡입하고 유흥을 즐긴다. 화면을 보기 민망할 정도로 선정적인 장면들이 수시로 나왔다. 쾌락을 상징하는 장면이라 더 자극적으로 꾸며서 그런지 야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국가라고 한다. 사람들이 저축을 하지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리 대표는 우리나라는 퇴직연금에서 투자로 유입되는 자본의 비중이 2%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은 401k 제도가 있어 투자 환경에 근본적인 차이는 있지만,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는 투자가 금기시 되는 문화이긴 하다.

 

주인공은 브로커지만, 투자자의 관점까지 포괄해서 금융시장으로 통칭하자면, 미국에서도 월가가 부정적으로 비춰진다는 것은, 꼭 한국만이 금융시장에 민감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투자는 기업활동과 자금조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순기능이 있음에도, 사회적 여론은 투자자를 규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가 줄 수 있는 교훈을 굳이 찾자면, 부유해지더라도 방탕하게 살지 않게끔 하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워낙 소극적으로 살아왔던 배경에 의하면 흥청망청 지낼 일은 만무할 것 같은데, 가장 나중의 상황을 가장 낙천적으로 그려보자면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던 벨포트가 브로커리지 회사 스트래튼 오크몬트를 설립하고, 사세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열렬한 추종과 몰입이 기억에 남는다. 조던 벨포트의 회사는 존 고든이 말하는 에너지 버스였다. FBI의 수사를 받으면서도 조던 벨포트는 당당한 모습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의 생활을 안정시켜주고, 계급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다. 이 시대의 30대들이 가진 재테크에 대한 간절함도 스트래튼 오크몬트 직원들의 눈빛과 닮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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