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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송송계란탁 리더십

by 노나우 2020.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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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자는 세 식구 가정이 있다. 지난 1년여를 돌아보니 배달음식을 참 자주 시켰다. 주말은 당연하고 평일 저녁도 시켜먹기를 좋아했다. 아마 평균 이상의 빈도였을 거라 보는데, 그러다보니 외벌이 처지에 생활비를 모으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고, 배달을 줄여야 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짚어보았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양념통닭, 보쌈 등 순수하게 식당 음식이 먹고 싶어서. 둘째, 요리가 번거로워서. 여기서 두 번째 요리가 번거롭다는 것은, 아내가 요리하기 피곤해 했다는 점인데, 작자가 요리를 분담했어야 했다. 번거로워서 부득이 배달 음식을 시켜먹었던 부분은 앞으로 작자 스스로 요리부터 설거지까지 알아서 처리하면 식비를 절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요 몇 일간 요리를 해보니 부담스럽지 않다. 꽤 즐겁다. 진즉부터 알아서 요리를 분담해왔더라면 어땠을까. 부모 한쪽에 일이 과중되어 있음을 역지사지로 인지하지 못한 점, 아내 요리 부담에 대해 배달음식으로 밖에 솔루션을 생각하지 못한 점, 내가 할 일을 좁게만 생각했던 점, 먼저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던 점들이 미안하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는 말처럼, 이제 얼른 실행중이다.

 

   파송송계란탁! 요리를 맡으면 주로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를 모아 볶음밥을 만든다. 기본으로 감자송송계란탁에 가까운데 아내가 꽤 맛있다고 한다. 기쁘다. 짜빠구리도 해먹고 찌개도 해먹었다. 이제 햄만 볶으면 되겠다. 최근 TV에도 요리 프로그램이 흥하고 있다. 에드워드권씨, 백종원씨,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진 등 훌륭한 요리계 리더가 많다.

 

   에드워드권 셰프는 UAE 7성급 호텔 셰프 시절부터 갖가지 식재료의 이름을 빠삭하게 마스터하고 있다고 하며, 하이엔드 요리의 보편화를 위해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라 한다. 백종원 대표는 낮은 수수료의 다양한 프랜차이즈 네트워크를 형성시켰고, 골목 상권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으며, 식음 계열의 직업과 취미와 연구가 일체를 이루는 완성형 셰프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팀은 남아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기발한 레시피들을 만들어낸다.

 

   나의 파송송계란탁은 일종의 냉장고를 부탁해형 요리 기법이다. 그 중 배추 라면의 깊은 배추 맛은 손님을 대접하기에도 훌륭한 메뉴라고 본다. 요리는 늘 어려운 영역 같았는데 정을 붙이니 꾸준히 할 수 있겠다. 무엇이든 심리적 진입 장벽을 깨고 나면 관심도 생기고 방법도 생긴다. 요리는 더 이상 영어 말하기 시험에서 멘붕을 주던 “What did you cook yesterday? Please tell me the detail as much as possible.”의 영역이 아니다.

 

   좋다. 파송송계란탁 어감이 좋다. 요리를 주제로 하니 글이 가벼워져서 더 좋다. 누군가는 리더십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었다. 사전적 의미상 조직목표의 달성을 위해 개인 및 집단을 고취하고 활동하게 하는 기술인데, 개인의 내적 단위로 보면 인생목표의 달성을 위해 스스로를 고취하고 활동하게 하는 기술정도로 볼수 있지 않을까. 파송송계란탁 리더십이라는 표현이 크게 욕을 먹지 않는다면, 생활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대입할 수 있으니 더더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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