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은 강호동, 김희철, 서장훈, 이상민, 김영철, 이수근, 민경훈이 출연하는 KBS 예능 프로그램이다. 학교 교실에 전학생이 와서 자신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자들이 반 친구들이 되어 자리에 앉아 있고, 게스트가 전학생이 되어 교단 앞에 서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다. 교실 컨셉은 봉숭아 학당 등에서 익히 사용되던 방식인데, 이 프로그램이 계속 방영을 이어가고 있고, 다양한 게스트가 출연하는데 나름 시청 재미가 있었다. 검색해보니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이 6.0%이다.
래포 리더십(Rapport Leadership)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꽤 전형적인 구도의 프로그램이 어떻게 6%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것일까. 나는 왜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재미를 느꼈을까. 그 답은 진행자들과 게스트간의 래포(친밀한 관계), 게스트와 시청자간의 래포에 있는 것 같다.
진행자들과 게스트는 반말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 같은 반 친구니까, 실제 나이를 떠나 서로 야자하면서 분위기를 가볍게 만든다. 진행자 7인의 인맥 정도면 연예계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지 않을까. 진행자들은 네임드 연예인이니, 프로그램에 앞서 이미 게스트들은 진행자들을 아는 상태이고, 대개는 최소한의 사적인 친분은 형성되어 있을 것으로 본다.
진행자들은 수시로 게스트에게 장난을 건다. 게스트들이 당혹해 하는 경우도 보았는데, 반대로 게스트들이 진행자들에게 편하게 장난을 거는 경우도 보았다. 서로 장난을 주고 받으니 더 큰 친밀감을 형성한다. 시청자들도 학창 시절의 경험이 있으니, 학교 분위기에 쉽게 관심이 이입되는 것 같다.
출연하는 게스트마다 주제도 천차만별인 프리토크를 하고, 가끔은 뿅망치 때리기 등 뜬금없는 게임을 하기도 한다. 형식이 정해진 것이 없어 보이고, 무엇을 하고 놀든 그 내용은 중요치 않은 것 같다. 다만, 친근한 분위기의 교실에서, 평소 볼 수 없었던 게스트들의 친구같은 면모를 노는 모습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가요 무대, 드라마 등 정규방송이나 형식적인 인터뷰에서 볼 수밖에 없었던 연예인들을 그들의 고민거리 공유나 장기자랑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게스트들은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기 편하고, 시청자들은 게스트들을 지켜보기 편하다. 진행자들이 편하게 이끌어 주는 덕분에 시청자-게스트-진행자 모두가 편하다. 뭘 하고 놀든 셋이 같이 노는 즐거운 프로그램이다. 이 친밀함, 래포가 6% 시청률의 비결인 것 같다.
살면서 래포의 중요성을 절감해왔다. 상황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장 힘든 순간에 내게 필요한 것은 래포였다. 처음 맞이하는 환경에 들어갈 때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었고, 이미 형성된 집단에 혼자서 들어가는 상황에서 따뜻한 인사 한번이 필요했다. 래포가 있었더라면, 인생의 결정과 방향이 어떻게 달랐을지 모른다.
내가 진행자라면, 내가 게스트를 맞이한다면 래포를 잘 형성시켜줘야 하지 않겠나. 반대 입장에서 결핍을 느껴봤으니 얼마나 래포가 중요한지는 스스로 잘 알지 않나. 신입 후배가 들어오면, 아이를 키우면, 업무 문의를 받는다면, 도움을 요청 받는다면 상대적 약자인 그들을 위해서 래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첫 후배와의 관계에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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