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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지 않을 용기, NO 리더십, 금주 리더십

by 노나우 2020.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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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 사회이다. 대학을 들어가며 술을 처음 마셨다. 대학 입학의 기쁨과 함께 신입생을 위한 새내기배움터를 참여했다. 새터를 참여하지 않으면 선배와 동기들을 사귀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었다. 후발대로 참여하였는데, 처음 본 광경이 마루 바닥에 원을 그리며 앉아 쉴새없이 술게임 순번이 돌아가는 것이었다. 술이 처음이고 술게임도 처음이었는데, 마시면서 배우는 재미있는 게임이었던 탓에 순식간에 의식이 사라졌다.

 

  다음날 힘들게 정신을 차려보니, 어제 아주 잘했다고 한다. 후발대임에도 불구하고 적응도 잘하고 센스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게 대학생활이 시작되었고, 술을 가르쳐준 새터 선배님들로부터 밥도 얻어먹고 배려를 받으며 대학생활 첫 학기를 보냈다. 아직 마시는 술 양에 비해 술 문화에 적응이 되지 못했는지, 먼저 구토 하는 방법에 익숙해졌고 구토를 도와주는 친구에게 고맙다 말을 건네던 순간과, 술 취해 하숙집 현관문을 열지 못하고 복도에서 밤을 지새웠던 날도 기억난다. 대학생활이 이런 것인가. 술자리가 매일같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공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만, 소모적인 술자리만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으로 가벼운 삶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했다.

 

  대학생활의 또 다른 단면으로, 비영리 그룹으로 교사 활동을 했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꼈다. 교사 무리들로부터는 진정한 친구라는 교감을 느꼈고, 이들과 함께라면 술을 마시는 것이 좋았다. 좋아하는 무리의 사람들과 술을 즐겼고, 후임 교사들이 생겼을 때, 내가 아는 방식대로 술을 사주고 술을 권하며 무리에서의 행복을 나눴다. 술로, 술로, 과친구들을 만나도, 외국 교환학생을 만나도, 미팅을 해도, 늘 술이었다. 유독 술 문화가 강한 대학이라 더 심했을지 모르겠으나, 지나보니 나와 같은 환경을 겪고서도 30대에 교수가 된 동기도 있다. 앞가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잘 처신하고 훌륭하게 성장하는구나.

 

  기업에 들어와보니 여전히 술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단체생활을 위해 최소한의 술 문화는 없을 수가 없나보다. 선도 기업이었기 때문에, 금주를 선언하면 리스펙트하는 경향도 있었으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였으며, 특히나 현장에서는 사실상 금주로 조직생활을 이어가는데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했다. 몸을 쓰는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조직의 인사권자에게 신뢰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승진누락자를 격려하기 위해, 어쩌면 나처럼 술문화를 배우며 자라왔을 것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 같았다. 대리 직급으로 일하던 때에 금주를 선언했고, 실천에 옮겼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종합적인 여건과 판단에 따라 이직을 하게 되었다.

 

  술 마시지 않을 자유는 왜 중요한가. 정신을 흐리게 하지 않을 자유, 내 의지와 무관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 술 취한 나의 뒤치다꺼리를 위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 자유, 잠재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자유, 신체 건강을 유지할 자유, 술 조절(속칭 뺑끼)이 예의 없는 행동이라면 예의를 차릴 자유, 여유시간의 기회비용을 누릴 자유, 새로운 즐거움을 발굴할 자유, 종교에 의한 금주의 자유 등이 있지 않을까.

 

  술은 싫지만 사람 만나는게 좋아서 술을 마신다’, ‘술을 안마시면 친구는 있는가’, ‘어른이 되면 어릴적의 순수함을 잃게되고, 사람을 경계하기 때문에 완충 장치로 술이 필요하다’, ‘술을 한잔 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소량의 음주는 건강에 좋다.’, ‘술을 할줄 알아야 높은 지위에 오를수 있다’, ‘조직은 술을 통해 충성심을 확인할 수 있다등 많은 항설이 있다. 술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순기능들을 포기하며, 술마시지 않을 자유를 선택했다. 술의 순기능은 술마시지 않을 자유의 지혜로 극복하기로 한다.

 

  이직 이후의 직장생활은 현재 진행형이다. 좀 더 보수적인 기업이라 부담이 있었지만, 부서 동료들의 배려 덕분에 금주를 실천하고 있다. 처음부터 금주를 하진 못했고, 한잔만 하라는 압박이 있을 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금주 선언 이후 분명히 금주가 실천되고 있다. ‘금주라고 한다면, 원래는 술을 마시는데 술을 끊은 것이냐고 묻는 동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대답을 하진 못했지만, 나의 대답을 하자면 이렇다. “제가 술을 끊어서 금주를 한다기 보다는, 이 사회가 음주사회이기 때문에 부득이 술 마시지 않음을 금주로 표현 했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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